안녕하십니까? 2024년 1월 14일부터 28일까지 센다이 이쿠에이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중고등학생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제주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이O희입니다. 본래 고등학교 3학년은 겨울 어학연수에 참가할 수 없게 되어있었지만, 일본 고등학교를 체험하고 일본의 일상을 직접 느껴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기 때문에 직접 참가를 부탁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센다이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일본에 가본 경험은 이제까지 1번뿐이었고, 그때는 많은 인원과의 단체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혼자만의 힘으로 말하거나 듣거나 일본을 느껴볼 시간이 다소 부족했습니다. 때문에 일본어를 가까이서 계속 접하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일상적인 모습과 문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은 일본을 다녀온 다음에도 계속 제 마음속에 머물러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만 점점 자라나던 일본이라는 공간이 내 일상으로 어떻게 스며들 것인가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저는 ‘센다이’라는 지역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화려한 도시보다는 조용한 마을의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고, 관광지보다는 본연 그대로의 ‘일본’을 보고 싶었습니다. 흥미롭거나 재밌는 곳은 적더라도, 매일 가는 곳 그리고 겹쳐지는 나날 속에서 일본을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저는 센다이에 오게 되었습니다.
2주가 좀 길지 않을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어색한 친구들, 아직 서먹한 홈스테이 호스트분들. 2주라는 시간이 친해지기에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 것 같고, 안 친해지기에는 짧지 않은 것 같고. 처음에는 일본에 왔다는 생각과 새로운 환경으로의 긴장감이 컸습니다. 일본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제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도 매일매일 느꼈습니다. 모든 장소 모든 사람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호스트 패밀리 분들은 누구보다 저희를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센다이 이쿠에이 고등학교 친구들은 힘차게 우리들을 환영해주었습니다. 같이 이동수업을 갈 때도 잘 챙겨주었고, 교과서가 필요할 때는 흔쾌히 보여줬고, 한자를 모를 때는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밥도 같이 먹고, 여러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하교를 하면서 우리는 ‘친구’가 되어갔습니다. 등교 첫날에 센다이에 내려 쌓였던 눈처럼, 센다이 이쿠에이의 친구들과 우리들은 행복하고 기쁜 추억을 겹겹이 쌓았습니다. 같이 크레페를 먹으러 가고, 프리쿠라를 찍고, 노래방에 가서 같이 놀고, 게임 센터에 가고,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카페에 가서 학교 얘기와 친구 얘기를 하고. 그렇게 눈이 오는 센다이에서 우리들은 절대 녹지 않을 추억과 기억을 만들었습니다.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과 반대로 센다이에서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 때마다 센다이에서의 추억이 더욱 소중해졌고, 행복해졌고, 감사해졌습니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센다이 이쿠에이 교실에서 찍은 등굣길>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학교 선생님들도 점점 익숙해지고, 재밌는 수업이 기대되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수업은 문학 수업이었습니다. 예전 말도 많이 나오고 한자를 잘 몰라서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국어 수업 정말 재밌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지문은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수학이나 생물, 영어, 정보는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역사와 화학은 안 배운 내용을 새롭게 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보건은 원래 좋아하지 않는 과목이지만 수업이 정말 재밌어서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음악 선생님께서는 한국의 악기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우리들을 신경 써주시고 밝게 맞이해주셨습니다. 피리 부는 거 정말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사진을 찍어주시고 말을 건네주신 영어 선생님과의 시간도 정말 소중합니다. 다도 선생님은 다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고 친절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평화로운 다도 정신과 침착함과 고요함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감사와 예를 표하는 의미 있는 다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나중에 일본에 유학 오는 것이 저의 꿈인데, 이번 학교생활을 통해서 그 꿈이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힘든 부분은 있었지만, 학교생활 정말 재밌었고, 학식도 맛있었고, 센다이 이쿠에이 고등학교 시설도 정말 좋았습니다. 또 일본에서 공부하고 생활하고 싶습니다.
등교할 때 포근히 내리는 눈도, 전철을 타고 갈 때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도, 교실 창밖에 보이는 눈 쌓인 나무들도, 궁도부 연습장에서 보이는 밤하늘도, 사자 북을 치면서 열정을 다하고 있는 친구들의 에너지도, 센다이역 미도리노 마도구치에서 보이는 아래층의 모습도, 스테인드글라스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아케이드에 있는 다양한 상점들도,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조용히 시작되던 영화관 스크린도, 패밀리와 같이 갔던 빛나는 밤 공원도, 기마상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센다이의 전경도 전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모두 다 제 기억 속에, 마음속에 영화처럼 찍혀 남아있습니다.
<궁도부장의 모습>
소중한 풍경 중 하나로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인 마츠시마도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마츠시마 방문 날의 하늘은 정말 파랗고 높았습니다. 날씨가 매우 좋아서 마츠시마를 느끼고,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데에 부족한 점이 하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넓은 바다와 깨끗한 하늘, 재밌는 자세로 서 있는 나무들과 다양한 모양의 섬들은 대자연의 위대함과 재치를 느끼게 함과 더불어 황홀함도 느껴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섬을 걸어보면서 마츠시마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바다를 가로지르며 눈에 담았던 마츠시마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배 위에서 찍은 마츠시마>
사실, 이 모든 센다이의 아름다운 풍경이 제 마음속에 행복한 추억으로, 그리고 해피엔딩의 영화로 찍혀있을 수 있는 것은 모두 호스트 패밀리 가족분들 덕분입니다. 가족분들 덕분에 저는 센다이에서 즐거웠고, 재밌었고, 기뻤고, 활기찼고, 행복했습니다.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일본에서의 시간이 편하도록 언제나 배려해주시고,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셔서 밥을 준비해주시고, 밤에는 같이 이야기를 나눠주시고, 항상 등하굣길에 마중과 배웅을 나와주시고, 걱정해주시고, 조금이나마 더 즐거운 추억 쌓고 여러 곳을 구경하도록 많은 곳에 데려가주시고, 오늘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물어봐주신 덕분에 센다이에 적응할 수 있었고, 2주간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같이 일본어로 대화하면서 일본어 표현도 배울 수 있었고, 일본의 문화도 직접 경험하며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저희를 생각해주시고, 진심을 다해 매 순간 다가와주신 호스트 패밀리 가족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가족분들이 있었기에 센다이가 소중했고, 아름다웠고, 포근했습니다.
<생일 때 받은 케이크와 꽃>
제 생일을 맞아 축하해주신 것도 너무나 따스했습니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려 축하를 받기도 하였고, 친구들에게도 축하의 말을 받았지만, 호스트 패밀리가 해주신 생일 축하는 특히 더 특별했습니다. 아직 같이 지낸 시간이 1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진심으로, 마음을 써서, 따뜻한 마음을 담아 축하를 해주시는 것이 너무나 잘 느껴졌습니다. 신청서에 적어놓은 저의 생일을 기억해주시고, 바쁘신 와중에 꽃과 케이크를 준비해주신 그 정성에 마음이 정말 따뜻해졌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저였을 텐데, 이렇게 같이 만난 인연을 기쁘게 여겨주신 것에서 저는 ‘평화로움’을 느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인연과 삶들을 응원해주고 축하해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저는 이곳, 센다이에서 희망을 느꼈습니다. 일본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려고 온 우리들을 누구보다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흥미를 가지고,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어디서 왔는가보다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보면서 다가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람이 이렇게 연결되고, 소중해진다는 것을 센다이에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인연이자 친구이자 가족을 만들 수 있어서 행운입니다. 모두와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큰 축복입니다.
처음 일본에 막 도착했을 때는 2주가 언제 지나갈까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금방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센다이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학교 체험도 더 오래하고 싶었고,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패밀리와 여유롭게 센다이 시내를 돌아다녀 보고도 싶었습니다. 수업에 더 참여할걸, 먼저 말을 걸어볼걸, 시간을 더 소중히 보낼걸이라는 생각이 가득합니다만, 2주의 추억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될 센다이와 우리 모두의 관계를 더 생각하려고 합니다.
센다이에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처음엔 다소 생소했던 센다이가 소중해졌습니다. 둘러볼 곳도 많고, 마을은 조용하고, 사람들은 친절한 이 센다이에 큰 정이 생겼습니다. 호스트 패밀리는 저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센다이 이쿠에이의 친구들은 저의 ‘특별한’ 일본 친구가 되었고, 센다이는 저의 안식처가 되었고, 센다이 이쿠에이는 저의 두 번째 고등학교가 되었습니다. 어렴풋했던 일본의 문화, 언어, 경치, 생활들을 센다이를 통해 뚜렷히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나아가고 생활하는 데 있어서 센다이에서의 추억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응원이 될 것입니다. 센다이에서의 시간을 잊지 않고, 센다이에서의 관계와 추억을 소중히 이어나가겠습니다.
센다이 추억 속 모두가 추운 센다이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시길 2024년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 되시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칩니다.
2024.02.22 10:01
